이전 편에서 맥주의 종류와 대략적 양조 과정 대해서 이해하고, 만들어 보고 싶은 맥주의 레시피를 검색해 재료 구매까지 끝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맥주를 만들어 볼 차례다! (1편 보러가기) 홈브루잉이 뭔데? 집에서 맥주 만들자 기본적으로 맥주 양조는 큰 용량의 액체를 다루고, 재료를 끓이고 식히고 발효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반 가정용 주방 기구보다는 좀 큰 기구나 설비가 필요하다. 이전 편에서 언급한 서울홈브루와 비어스쿨 등 양조 사이트들에서 홈브루잉 키트를 구매할 수도 있지만, 입문자들에게는 부담스런 선택인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다행히 우리 같은 입문 브루어들에게 직접 공방을 대여해주고 양조법을 알려주는 공방들이 있다. 면목동의 M54 브루랩(Brewlab), 문래의 브루스카(Brewshuka) 등이 대표적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문래동 브루스카 특유의 분위기가 맘에 들어 주로 브루스카에서 양조를 한다. 또 당신이 초보 브루어라면 친절한 석하(sukha) 사장님의 지도 하에서 맥주 만드는 법을 차근차근 배울 수 있다. 오늘도 역시 브루잉을 위해 친구와 함께 브루스카를 방문했다. 우리는 이미 브루스카에서 이미 2번 정도 양조를 했었기 때문에, 토요일 오전 이 날은 사장님 없이 우리끼리 일요일 오전 공방과 가게를 전세낸 것 마냥 쓸 수 있었다. 오늘 만들 맥주는 캘리포니아 커먼(California Common)이라는 맥주인데, 라거 효모를 에일 온도에서 발효해 라거와 에일의 특성을 둘 다 가지고 있으면서 고소한 곡물 향이 나는, 묘한 매력을 가진 맥주이다. 자세한 설명은 네이버 지식백과 링크를 참고하자.(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89832&cid=40942&categoryId=40506) 우리는 서울홈브루에서 레시피에 맞게 재료를 구입해 가져갔다. 저 곡물들이 맥아(malt)이고, 작은 은색 봉지 안에 있는 것이 홉(hop), 얇은 봉지에 담겨 있는 베이지색 액체가 효모(yeast)이다. 이제 진짜 본격적으로 맥주를 만들 시간이다. 우선 이전 편에서 언급했던 맥주 만드는 과정 요약을 다시 복기해보자. ⓵ 몰트 분쇄 → ⓶ 물넣고 당화 → ⓷ 여과→ ⓸ 끓이며 홉 넣기 → ⓹ 식히기 → ⓺ 발효 및 숙성 1-3번에서는 맥아의 당분을 뽑아내고, 4번에서는 풍미를 더하고, 6번에서는 효모가 당분을 먹어치우게 하면서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이었다. 시작이 반이다! 첫 번째 과정! 맥아를 당분이 잘 나오는 상태로 만들어주기 위해 위해서 분쇄기를 이용해 맥아를 곱게 갈아준다. 매슁 뜨거운 온도의 물(약 섭씨 75도, 레시피마다 상이)에 곱게 간 맥아를 천천히 넣으면서 저어준다. 이 과정에서 맥아에서 당분이 나오게 된다. 뼈를 우려 사골국물을 내듯이, 곱게 간 곡물을 우려 설탕물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당화 물을 아래로 빠지게 하고, 그 물을 다시 위로 넣어 뜨거운 물이 곱게 간 맥아를 여러번 헹구게 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을 통해 맥아가 가지고 있는 당분을 극대화로 뽑아낼 수 있다! 이때 정말 고소하고 달콤한 식혜 냄새가 난다. 순환 같은 통에서 계속해서 설탕물을 순환시키던 호스를 이제 새로운 통에 옮겨 맥즙(설탕물)을 담아준다. 여과 순환하던 설탕물을 여과해 새로운 통에 다 옮겼다면, 이제 기존 통에는 곱게 갈려있던 맥아들만이 남게 된다. 이 맥아들은 여태껏 설탕물에 계속 헹구어졌기 때문에, 물을 다 빼냈더라도 이 속에는 아직 미량의 당분들이 남아있다. 그래서 새로운 따뜻한 물을 통해 이 안에 남아있는 마지막 당분까지 씻어내 뽑아준다. 이 과정을 스파징(sparging)이라고 한다. 주걱을 이용해 물줄기가 고르게 퍼지게 해준다. 화분용 물뿌리개가 있었다면 훨씬 더 쉽게 할 수 있다. (나중에 발견했다 ㅠ) 스파징 맥즙 찌꺼기는 버린다ㅠㅠ 아깝다. 종종 이를 활용해 빵을 만든다고 하기도 하는데, 난 밥이 좋다. 찌꺼기 스파징 과정까지 다 거치고 나면, 이렇게 맥즙(wort)이 남게 된다. 이제 이 맥즙을 끓여주면서 레시피에 맞게 그때 그때 홉을 넣어준다. 레시피에 따라 우리는 약 한 시간 정도 끓여주었는데, 이 동안 중간 청소 및 뒷정리를 하고(사실 브루잉의 절반은 청소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주 한잔 하며 휴식을 취했다. 맥즙이 팔팔 끓으며 고소하고 달달한 식혜 냄새가 공방에 진동을 하고, 수제 맥주를 먹으면서 휴식을 취하니 프로 양조사가 된 기분이었다. 양조 과정 중 가장 달콤한 시간이었다ㅎㅎ 쉬는 시간 보일링 끓이며 중간중간 저어준다. 보일링을 해주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으로 멸균효과와, 물을 증발시켜 도수를 높이고, 마이야르 반응을 일으켜 맥즙의 캬라멜화로 맥주의 풍미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쿨링 이제 뜨겁게 끓인 맥즙을 식혀준다. 뜨거운 맥즙에 효모를 넣는다면 효모가 다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사진 속 빨간 호스가 둥글게 말려있는 기계가 쿨링 기계인데, 맥즙이 저 호스를 거치며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게 된다. 효모 이제 효모를 넣어준다. 이제 이 녀석들이 최소 한 달 동안 열일하면서 맥주를 만들어 줄 것이다! 숙성통 이제 효모를 넣은 맥즙을 숙성통에 담아준다. 저 위의 파란색 캡은 효모가 당분을 먹어치우면서 생기는 가스를 밖으로 배출해 주는 동시에 외부의 균이 통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OG 그리고 이렇게 맥즙의 일부를 플라스크에 담아 비중(Original Gravity)을 재 준다. 간단히 말하면 맥즙 내 얼마만큼의 당분이 있냐를 나타내며, 이는 맥주의 최종 알콜 도수를 가늠하게 해준다. 케깅 숙성통이다. 우리의 맥주 이름과 브루잉한 날짜를 써 주었다. California Common이 미국 내 골드러시 시대에 대 유행했던 맥주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한국식으로 재해석하여 노다지 비어(No touch beer)라는 이름을 지었다. 이제 섭씨 20도의 온도에서 3주간 숙성해 준다. 브루스카의 공방에서 3주동안 잘 있으렴. 3주 뒤에 보자!! 3주뒤 병입(bottling)을 위해 브루스카를 다시 찾았다. 병입 과정이란 숙성통에 담긴 맥주를 빈 맥주병에 옮긴 뒤, 일정량의 설탕을 추가로 넣어주는 작업이다. 이제 이 병들을 집으로 가져가 상온에서 2주 정도 숙성하면 최종 맥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스타산 맥주를 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맥주가 다른 균들에 의해 오염되지 않도록 소독제인 스타산을 물과 섞어 접촉이 가능한 모든 부분에 뿌려주며 소독해준다. 사실 병입(bottling) 과정뿐만 아니라 위의 모든 과정에서 사용된다. 맥주 브루잉은 정교한 발효 과정이기 때문에 최대한 균의 오염에 조심해야 한다. 이를 차단하지 못하면 맥주가 쉬어버리거나 이상한 맛이 날수 있기 때문이다(이를 off-flavor라 한다). 그래서 사실 수제 맥주 양조장에서는 인턴들에게 몇 달간 청소만 시키기도 한다. 위생이 브루잉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보틀링 추가 숙성을 촉진시키 위해 소량의 설탕을 병에 넣어주고, 맥주를 병에 옮겨 준다. 보틀링2 보틀링이 끝난 과정이다. 이 중 절반인 내 몫을 집에 낑낑대고 가져가 2주간 더 숙성했다. 대망의 시음! 드디어 대망의 최종 시음이다! 마침 크루들과 지인들과의 제주 여행이 잡혀 있어 그 날 처음 오픈하기로 했다. 생각 같아선 많이 가져가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비행기까지 타야 하기 때문에 딱 3L만 챙기고 제주에 도착하자마자 첫 저녁식사에 오픈을 하게 되었다. 결과는 대성공! 지인들로부터 많은 호평을 받았다. 힘들게 가져온 맥주가 맛이 없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그래도 만들고 싶었던 최상의 맛에 80% 이상의 준수한 맛이 나와 다행이었다. 가져온 맥주 3L가 금방 동이 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뿌듯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래, 이게 역시 브루잉의 참맛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셀프브루잉(홈브루잉)의 장점은 많다. 나만의 맥주를 만들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맥주 양조의 원리를 이해하고 과정들을 배우면서 느끼는 재미들. 그리고 이런 모든 것들도 중요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직접 만든 맥주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 아마 이 가치가 태초에 인간이 술을 양조했던 본원적이고 궁극적이었던 동기가 아니었을까? 다시 또 맥주를 만들어야겠다! 홈브루잉이 뭔데? 집에서 맥주 만들자 - (1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