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어땠어?” 누군가를 만나고, 그 사람을 기억할 때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전부라고 할 수 있지만 이 또한 말 그대로 첫인상이기 때문에 바뀔 수도 그대로일 수도 있다. 나는 보통 첫인상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그 대답으로 비유 또는 묘사를 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냉정하고 시크한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면 “압구정에 있는 에어컨 빵빵한 편집샵 같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것이다. 이런 나에게 “불구덩이에서 건져 올린 시뻘건 채소 덩어리” 라는 첫인상을 심어준 음식이 있다. 바로 마라샹궈. 앞서 말한 첫인상처럼 사실 나는 마라샹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마라탕을 먹을 때마다 내 몸에 괜시리 드는 죄책감 때문이다. 맵고 짜고 심지어 기름진 음식이 얼마나 몸에 안 좋은지를 알기 때문. 마라샹궈는 함께 볶은 음식에 묻혀진 기름이 다 보여서 더 죄책감이 들고, 뭐랄까 마라탕은 옥수수면하고 같이 먹으면 음식을 먹는 기분인데 마라샹궈는 그냥 볶은 재료들을 하나씩 골라 먹는 느낌? 그러니까, 김치볶음밥이면 먹을 밥이 있고, 참치주먹밥 역시 먹을 밥이 있는데 마라샹궈는 그냥 ‘볶음.’ 그 자체여서 나에게는 ‘맛있는 요리’로 다가오지 못했다.더군다나, 거의 모든 마라탕 음식점의 마라샹궈는 마라탕에 비해 2배 이상 가격차이가 난다. 그 이유는 마라탕은 미리 끓여 놓은 국물을 재료와 함께 얹어서 주고 마라샹궈는 고른 재료를 계속해서 볶아주어야 하기 때문에 조리하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게 맛있지도 않으면서 비싸기까지 한 음식. 이쯤 되면 마라샹궈 리뷰를 왜 쓰고 있나 의문이 들 만도 하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월드킷 블랙타이거 마라샹궈를 먹으면서 마라샹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 ★빠★밤★ 요리의 시작은 “엄마 이거 어딨어~?”로 시작하는 못난 딸인 내가 이번만큼은 가족들을 위해 저녁을 해보고자 월드킷의 블랙타이거 마라샹궈를 주문했다. 푸짐살라빔~~~ 하나하나 진공포장되어 있는 싱싱한 채소에 붙여진 요리 순서 스티커 디테일에 한 번 놀라고, 푸짐한 양에 한 번 더 놀랐다. 포스터처럼 생긴 종이에는 간단 레시피가 적혀 있었다. 핏물 out 첫 번째 단계는 돼지고기 핏물 제거! 포장을 뜯으니 포장지 내에 핏물이 이미 많이 묻어 있어 핏물 제거를 하는 데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블랙타이거 새우 후두루챱챱 사진 촬영하는 나를 위해 마미가 새우를 닦아 주었다. 새우를 닦는 마미의 손으로 새우의 크기 비교가 가능하다. 진짜 크다. 스파게티처럼 면 넣기 두 번째 단계는 중국 당면 넣고 끓이기! 중국 당면은 딱딱하고 뭔가 초등학교 준비물 같기도 하고, 불량식품처럼 생겼다. 아무 맛도 나지 않는 無맛이지만 마라샹궈에 빠질 수 없는 극강의 쫄깃함. 중국당면! 40초간 데치기 40초를 직접 세지 않았고 그냥 대충 금방(=40초) 빼내면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호다닥 빼내었다. 역시 요리는 감이야! 고무장갑아 나를 지켜줘 각종 재료들을 볶기 위한 전초 과정을 끝내고, 세 번째 단계! 파기름을 내기 위해 파를 볶는다. 기름이 타닥타닥 튀는데 정말 보이지도 않아서 피할 수도 없고 날 쏘기만 하는 기름… 너무 아파… 갑자기 완성 띠용? 파기름을 낸 뒤 모든 재료를 순서대로 투하했다. 사실 재료를 볶는 사진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데, 나도 찍고 싶었지만 촬영과 요리를 동시에 할 수 없었다. 어마어마한 양의 재료를 타지 않게 계속 볶아줘야 했고 뭐랄까 요리 초보인 나에게 엄청난 전쟁 같은 과정이었다. 정신없이 요리를 하다 보니 플레이팅에 실패했다. 내가 아무리 양식을 좋아해도 리조또나 스파게티를 담는 그라탕기에 마라샹궈를 담다니… 월드킷크루로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뭔가 크고 넓고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이되, 예뻐야 한다는 생각에 보이는 대로 담아버린 내 잘못이다. 2인분을 주문했는데도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이 우리집에 있던가? 생각이 들 만큼 양이 정말 많다. 혜자스러운 월드킷!입을 벌린 작은 파리지옥처럼 생긴 화자오 드디어..! 볶으면서 너무 먹고 싶었다. 하지만 맛 평가를 하기 전에, 마라의 맛은 음식점마다 천차만별이라 생각했던 나는 이 리뷰를 쓰기 위해 ‘마라의 맛’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해보았다. 중국 쓰촨의 맛의 기본은 마늘, 후추, 생강, 화자오, 고추 등인데 그 중 화자오와 고추의 맛이 곧 마라라고 할 수 있다. 고추의 매운 맛을 ‘라(辣)’라고 한다면 마(麻)는 맛보다 물리적인 자극에 더 가깝다고 한다. 이 물리적 자극은 후추, 산초, 제피와 비슷하게 생긴 화자오(花椒)에서 비롯된다. 화자오는 쓰촨 후추로 네팔, 인도 요리에도 사용되는 향신료인데 레몬과 같은 새콤한 향과 맛을 갖고 있으면서 독특한 전기 자극을 주는 향신료이기도 하다. 마약 성분이 조금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과학적으로 맛을 분석한 ‘맛의 원리’의 저자이자 식품공학자 최낙언씨는 “화자오에 함유된 산쇼올은 독특한 작용을 합니다. 미세한 진동처럼 느껴지는 촉각 자극을 주죠. 덕분에 마라 요리를 먹으면 얼얼한 느낌이 입에 바로 옵니다.” 라고 말했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뜨거운 온도로 느껴지는 매운맛을 내는 데 비해 화자오의 산쇼올은 마취주사를 맞은 듯 멍한 마비감을 준다. 대갈쓰에서 상투스(Sanctus) 댕댕 음식점마다 마라탕, 마라샹궈의 맛이 다른 것은 같은 향신료를 썼어도 조리방법은 제각각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월드킷의 블랙타이거 마라샹궈는 '매운 맛'을 내기위한 소스로 비법소스, 마라소스, 산초기름, 베트남고추가 함께 동봉되어 있다. 내 취향껏 마라소스와 비법소스는 탈탈 털어 넣고 첫 마라인 가족들을 위해 산초기름, 베트남고추는 아예 넣지 않았다. 이렇게 요리한 나의 월드킷 마라샹궈는 위에서 말한 산쇼올의 얼얼한 자극이 크지 않았고 마라 초보도 즐길 수 있는 적당히 매운 맛이 났다. 누가 만들었는지 너무 맛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맛은 무식하게 매운 맛인데, 매운 맛만 강해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라 ‘매움’이라는 고통을 맛보는 걸 정말 싫어한다. 그런데 월드킷 블랙타이거 마라샹궈는 누가 만들었는지 한 가지 맛이 자기 잘났다고 툭 튀어나오는 게 아니라 다양한 매운 맛이 한꺼번에 입안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었다. 한 번에 터지는 불꽃놀이 같은 맛! 채소사리, 새우, 햄사리, 두부사리 등등 여러가지의 사리를 먹을 때 본연의 맛은 내면서도 알맞게 맵고 자극적인 맛이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입안에서 터트려주니 배가 불러도 한 입만 더, 하면서 먹게 된다.퇴근 후 야심한 밤, 몇 시간이나 잘 수 있을까? 계산해보다 눈을 감으면 문득 생각나는 음식. 그 다음날 나의 don’t go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면서도 미워도 다시 한번, 하게 되는 음식. “그렇게 매운 걸 왜 먹어?” 하는 친구는 꼭 나보다 더 많이 먹는 음식. Málà ! 이제는 더 이상 지나고 마는 유행이 아니다.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미 당신의 위는 마라를 원하고 있다. ▶더욱 개선된 월드킷 마라샹궈 출시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