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판사판 친구사이판“답이 없어.” 우리 셋이 모이면 항상 하는 말이다.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우정’이 무엇이냐 묻는 다면 승주와 희원이라고 대답할 정도로 친하지만, 웃기게도 우린 한번도 같은 반이었던 적이 없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승주와 나, 2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승주와 희원,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나와 희원이. ( 대충 얽히고 섥혔다는 이야기) 셋이 모여 꺄르르거리던 우리가 이젠 컸다고 일도 하고 그 돈으로 여행 갈 계획까지 세웠다. 승주는 빙수를 좋아해서 설빙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지만 빙수를 만들기만 하고, 희원이는 동물을 사랑해서 동물병원에서 일하지만 고양이에게 항상 할퀴어서 온다. 나는 축구가 좋아서 스포츠업계로 갔지만 근육이 0인 몸을 가졌다. 이렇게나 일에 찌든 일상 속, 다 때려치우고 ‘코코넛이나 팔며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우습게도 이것이 우리가 사이판 여행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다.여행 한번을 가려면 모든 후기를 샅샅이 뒤질 만큼 꼼꼼한 승주와 태생이 즉흥적인 나, 귀찮은 건 절대 하지 않는 희원. 떠나기 일주일 전 모든 예약을 마쳤고 출국 하루 전 날 비행 일정을 바꾸며, 면세점에서 80만원을 지른 후 다같이 햄버거를 먹었지만 본인 혼자 식중독에 걸리는 등 우리의 여행은 항상 노답의 향연이었다. 이렇게 숱한 세월 간 쌓여온 노답력으로 우리는 우리를 ‘노답삼형제’라 부른다. 1. 모비딕 레스토랑 앞서 말했듯 사이판 시내는 정말 좁다. 앞구르기하면서 보고, 뒷구르기하면서 봐도 주변에 한국인들이 아주 많다. 모비딕레스토랑은 사이판에 가면 먹어봐야 하는 음식점 베스트10 정도에 드는 한국인에게는 친숙하고 유명한 식당이다. 때문에 노삼은 아무나 찾는 음식점이 아닌 특별한 곳에 가고 싶었지만 극에 달한 피곤함과 배고픔은 우리에게 뻔한 음식점을 고르지 않을 힘을 주지 않았다.그렇게 대망의 10월 28일, 면세점을 터느라 밥 먹을 새도 없이 비행기에 후다닥 몸을 싣고, 노답삼형제는 사이판으로 떠났다. 우리가 방콕에 다녀온 지 딱 4년째 되던 날이었다. 사이판에 가기 전에 이세상 모든 사이판 후기를 읽어 눈감고도 사이판을 걸어 다닐 것 같은 승주대장의 말에 따르며 우린 거의 모든 끼니를 밖에서 해결했다. 사이판은 차로 20-30분이면 다 둘러볼 정도로 좁고, 시내인 가라판 역시 GTA에 나올 법한 띄엄띄엄 낮은 건물들로 작지만 나름 탄탄하게(?) 식당들이 모여있다. 내리쬐는 태양에 SPA지수 100 선크림을 발라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이판. 그런 사이판에 도착해 새벽비행으로 지친 우리를 달래 준 첫 음식점. 모비딕 레스토랑이다. 미국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가게. 고래가 귀여웠다. 사실 흔하지 않은 식당에 들어가지 않고 모비딕에 들어온 이유가 보장된 맛집이라 생각했고 지친 몸으로 걷기에 가까웠고, 간판의 고래가 귀여웠기 때문이다.우리는 시푸드 샐러드와 등심 스테이크, 스파게티 di confrutta..? 를 시켰다. 옥수수 스프 줌줌줌식전 스프를 줬다. 옴뇸뇸. 오뚜기 3분 스프랑은 다른 결의 맛. 첫 맛은 달큰하지만 끝 맛은 옥수수가 완전히 채운다. 더웠지만 따듯한 스프를 자꾸 후룹후룹할 만큼 괜찮은 맛이었다. 시푸드 샐러드3명이서 3개를 시키면서 음식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사이판 인심은 아주 후하더라. 아무래도 미국에 속하다보니 모든 게 다 큼직큼직하긴 하다. 시푸드 샐러드는 정말 딱 음식점에 가면먹을 수 있는 딱 그 샐러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그 맛이었다. 시푸드 샐러드 줌줌줌 시푸드 샐러드와 머슴밥“이모 공기밥 추가요~!” 라고 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주문했던 게 런치세트였는지 인원수에 맞게 큰 접시에 흰 쌀밥을 그득하게 퍼주셨다. 여느 해외 관광지 음식점처럼 어설픈 한국어와 온통 영어로 된 메뉴판이어서 런치세트였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등심 스테이크주방장님의 무심한 손길이 느껴지는 등심 스테이크. 팔 힘이 좋은 승주가 고기를 썰어줄 동안 아스파라거스와 콘옥수수를 한입에 넣고 우걱우걱 씹었다. 반질 반질한 등심 스테이크 줌줌줌스테이크 고기는 조금 질겼다. 스테이크 역시 스테이크 맛. 스파게티도 먹었지만 사진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 비주얼이라서 찍지 않았다. (사실 다 먹고 안 찍은 걸 알아차림) 토마토 베이스의 토마토 스파게티였는데, 전체적으로 무난한 맛의 모비딕 레스토랑. 노삼처럼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간다면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점이었다. 사이판에서 택시는 비싸다. 그래서 우리는 사이판 시내의 코어,중심지,핵심이라 할 수 있는 티갤러리아로 갔다. 셔틀버스가 무료이기 때문이다. 티갤러리아는 1층건물이지만 정~말 넓다. 배가 조금 채워지니 이제서야 야자수가 보이고, 사이판이 보이고, 핫도그도 보였다. 갑분핫 티갤러리아로 가는 길에 만난 반가운 명량 핫도그핫도그는 미국 음식이니 미국에 있는 건 이상하지 않은데 명량핫도그는 한국에만 있는 핫도그 아니었나? 어쨌든 위 아 더 월드! 가격은 한국과는 다르게 싸지 않았다. 명량핫도그를 지나 조금만 걸이면 티갤러리아가 나타난다. 티갤러리아 후문에서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티갤러리아에는 단순히 백화점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명품관은 물론 처음 보는 엄청 큰 추파춥스도 있었다. 정문에서부터 후문까지 둘러보며 걷다가 걷다가 걷다보니 무료 셔틀버스 정류장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옷을 갈아입고 제리의 선셋 선상파티에 갈 준비를 했다. 이 거창한 이름만큼 선상 위에서 먹는 뷔페에 대한 기대가 컸다. 사실상 사이판에 오면서 제일 기대했던 것이 선셋이다. 운없게도 우리가 간 시기는 우기였고 스콜이 내릴 때가 있었지만 자주는 아니었기에 그러려니했다. 하지만 요트, 뷔페, 선셋. 이 삼박자만큼은 모두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싶은 우리였다. 세상 꾸민 노삼그렇다. 높은 기대만큼 우리는 럭셔리한 요트를 타고 기분 좀 내자라는 마음에 가방에 원피스에 신경을 쓰고 요트에 실었다. 그런데 웬걸? 많고 많은 한국인 중에 꾸민 사람은 우리 뿐이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투어의 이름은 ‘제리의 선셋 선상파티’였다. 그런데 우리 앞에 놓인 상은 제주도 맛집 갈치구이 백반정식이 올라올 것만 같은 좌식의 식탁, 애써 신경 쓴 화장을 다 날려버릴 것만 같은 거센 바람, 통기타를 들고 남행열차를 부르는 사이판 현지인 제리. 와우 역시 닉값하는 노삼. 우리가 기대했던 3박자와는 너무 다른 분위기였다. 물론! 갈치도 좋고 바람도 좋고 통기타도 좋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상상했던 그런 거창한 파티가 아니었다는 것. 몇 분 동안 제리랑 같이 노래를 부르다 보니 뷔페가 나올 시간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둘러봐도 도저히 뷔페가 차려질 공간이 없던 좁은 선상에서 꼬르륵 소리가 더 커질 때쯤, 누군가 배식을 시작했다. ???? 배식 ???? 해적이 된 기분 9607번 밥먹어라포크와 숟가락을 나눠주기 시작하더니 고기,밥,샐러드,과일이 담겨져 있는 큰 그릇을 하나씩 나눠주던 선상 직원. “뷔페라며 승주대장..?” 어디서부터 잘 못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내 배꼽시계가 울리길래 우선 고기부터 한 입했다. 허겁지겁먹느라 사진이 이 모양이다. 허겁지겁 먹은 이유에는 배고픔도 있었지만 정해진 저녁시간이 끝나면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기에 얼른 포크를 들었다. (리얼 배식) 너무 센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과 고기를 함께 먹으며 뷔페인줄 알았지만 배식이었던 우리의 저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울하지 않았다. 선셋은 성공했기 때문에. 구름이 꼈지만 아름다원던인생이 그렇지 않을까. (?????) 필자는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굉장히 있어 보이게, 멋있게 글을 써야한다는 강박 때문에 갑자기 인생 얘기를 불쑥 꺼냈다. 각자 인생 속에 사는게 지쳐 사이판으로 도망쳤던 우리였다. 그런 우리가 기대했던 투어는 상상과 달랐다. 그렇다. 제리의 선셋 선상파티처럼 이름은 너무 멋져 보였지만 막상 겪어보니 기대와 달랐던 것처럼. 지금 필자가 쓰는 글이 있어보이게 쓰려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고 겉으로 봐서,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속을 알 수 없다. 우습게도 휴식을 찾아 떠나온 사이판에서 인생의 진리를 깨달은 노삼이었다. 그렇게 첫째날이 저물었다. [사이판 2일차 Review 보러가기] [사이판 3일차 Review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