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대망의 셋째 날이 밝았다.마지막 날인 만큼, 우리의 사이판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오늘도 역시나 맛있는 걸 먹자. 하고 다시 시내인 가라판으로 향했다. 오늘의 점심은 부바검프! 조금 여유롭게 남은 공금으로 더 많이 먹어 보자. 다짐을 하고 호기롭게 부바검프로 갔다. 화장실 입구에 안녕하새우 부바검프는 한국인들에게 제~일 유명한 맛집이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모티브로 한 식당이라는데, 아무렴 중요하지 않았다. (글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이다.) 로고의 새우가 있는 만큼 새우요리전문점이다. 집게리아 같은 내부 아웃백같기도하고, 스펀지밥의 집게리아 같기도 한 부바검프 내부. 굉장히 넓고, 테라스 좌석도 많이 있다. 저녁에 찍은 후기 사진들을 보니까 해진 후가 더 예쁜 식당이었는데, 우리는 낮에 왔으니 더웠고 그래서 실내로 자리를 잡았다. 새우요리전문점이고,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맛집인데도 우리는 선뜻 메뉴를 고르지못했다. 왜냐면, 셋 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속이 좋지 않았는데 부바검프는 온통 기름진 음식들 뿐이었다. 다른 테이블을 보니 다 새우튀김 하나씩은 올려져 있던데 튀김 하나도 아니고 튀김모음을 보니 더 속이 메슥거렸다.부바검프의 음식이 먹고 싶어서 왔다기보다 ‘유명하니까 그래도 안가기엔 너무 아쉽지. ‘ 하는 마음이었기때문에 노답삼형제라는 이름답게 시그니처 메뉴를 포기했다. 속이 안좋지만 맥앤치즈는 괜찮아 1인 1메뉴를 고수하며 맥앤치즈와 꼬치가 세트로 나오는 메뉴를 시켰다. 우린 속이 안 좋아서 튀김을 먹기 싫었던 것뿐이지, 느끼한 음식을 먹기 싫었던 것 아니었다. 맥앤치즈, 고기, 꼬치를 보면 꼬치가 제일 맛있을 것 같은데, 맥앤치즈가 제일 맛있었다. 쌓아야하는 덕(德) 중에 덕은 역시 꾸덕함이 최고! 되직한 치즈와 치즈 위에 올라간 후추, 갈린 마늘 후레이크가 고소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었다. 새우요리전문점답게 맥앤치즈 안에 칵테일새우들이 그득하게 들어있다. 칵테일 새우들이 입안에서 톡 터지면서, 식감도 좋았다. 역시나 고기는 그저 고기였고, 꼬치는 기대했지만 이 또한 그저 딱, 구운 새우 꼬치 맛. 스테이크 맛 표현이 귀찮아서가 아니라, 사이판 고기 맛은 다 똑같다. 몇 군데 식당만 가 놓고 이런 말을 하는게 비약일 수 있지만서도, 맛이 비주얼을 따라오지 못한다. 감자샐러드가 더 맛있었음! 메뉴판 사진으로 봤을 때 너무 맛있어보여서 기대했는데, 싱싱한 느낌이 덜했던 채소들 때문인지 기대에 못 미쳤던 베리베리 샐러드. 버섯처럼 보이는 치킨이 버섯처럼 조금 눅눅하게 씹혔고, 드레싱이 오리엔탈 드레싱인게 조금 아쉬웠다. 산딸기와 딸기가 들어가서 베리베리인데 오리엔탈의 신 맛? 과 베리베리들의 상큼함 때문에 리코타 치즈가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 원래 아무 맛도 없긴하지만 ) 대체적으로 아쉬움이 컸던 베리베리 샐러드. 아이폰 11 사세요 같이 주문한 코로나 블루레몬에이드와 베리애플망고 에이드 내가 주문한 베리애플망고 에이드 잔은 밑에서 번쩍번쩍 불이 빛났다. 맛은 상큼하고 달달하고 시원하니 맥앤치즈와 고기를 먹고 나서 마시니까 꿀맛이었다. 음료를 다 먹고나서 식당을 나서는데, 컵을 씻어서 선물로 줬다. (굳이 ㅇㅅㅇ,,?) 성의를 봐서 받긴 했지만,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 어디에 뒀는지 알 수 없다. 예쁘지도 않은 쓰레ㄱ… 읍읍 그렇지만 고마워요! 부바검프 앞 기념사진 거하게 점심을 먹고 마이크로 비치로 이동했다. 마이크로 비치는 켄싱턴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비치로, 석양을 보기에 좋고 승주대장이 비치 바로 앞에서 맥주와 안줏거리를 파는 작은 가게가 있다고 했다. 술은 좋아하지 않지만, 맥주를 마시며 지는 노을을 보다니. ‘분명 아름다울거야. ‘라는 생각에 들떴다. 이름모를 칵테일 두 잔과 파인애플주스 나는 파인애플 주스를 주문했다. 사이판의 파인애플 주스는 파인애플 통조림의 단 맛이지만 더 건강하고, 프레쉬할거라 기대했는데. 정말 파인애플을 넣고 갈기만한 것 같은 텁텁함. 해독주스라 생각하며 꿀꺽꿀꺽 잘도 마셨다.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우린 또 석양을 보는 것에 실패했다. 도착한 첫 날을 제외하고 계속 구름이 잔뜩 끼어 있어서 석양은 물론, 사이판의 밤하늘 별을 보는 별빛투어도 이틀 연속 취소되었다. 아쉬웠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아 오랫동안 이야길 나눴다. 많이들 하는 여행 돌아보기. 함께했던 3일 동안 너무 많이 웃고, 너무 많이 행복했다. 사실 음식도 엄청나게 맛있지 않았지만, 예약했던 투어들은 기대 이하였고 취소도 되어버렸지만, 단지 노삼과 함께했다는 이유로 행복했다고 서로에게 말했다. 이 말을 할 때 갑자기 눈물이 터져서 소리를 질렀는데(???) 주위 사람들이 다 이상하게 쳐다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서로를 꼭 껴안았다. 이 글을 이런 뻔하지만 감동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지 않았는데.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여행은 또 다른 나를, 너를, 우리를 찾는 순간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때문에 오글거릴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구름껴도 괜찮아 “괜찮아? “라고 물으면 으레 “그럼 괜찮지. “라고 대답했던 날들을 벗어나 서로를 껴안고 같이 울 수 있는 노답삼형제가 있어 진짜로 괜찮을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사이판의 마지막 저녁의 끝자락에서 말했다. “우리가 노답삼형제인 이유는, 정해진 답은 없고 우리가 생각하는 게 곧 정답이기 때문이야.” 이 말이라면 마무리에 딱 맞는 말이겠다. 엄청난 합리화지만, 마음에 쏙 드는 노답의 정의를 내리며 우리는 여행을 마쳤다. [사이판 2일차 Review 보러가기] [사이판 1일차 Review 보러가기]